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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할머니] 허리가 휘어 늘어져 있는 빨랫줄에 구겨진 할머니가 땀 뚝뚝 흘리며 아등바등 매달려 있다. 그때, 대문 밖에 말없이 서있는 눈目 하나, 구겨진 할머니에게 눈길 주고 가느라 애써 발걸음을 늦추며 저물어 간다. 눈目이 저만치 저문 다음에야 나는 비로소 알은체를 한다. 할머니, 손녀 왔어요. 내 목소리를 실은 바람이 쭈글쭈글 접힌 할머니의 살결을 흘러가자 팔랑팔랑 온 몸으로 날 반기시는 할머니. 아이고, 우리 손녀 오느라 욕봤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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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 손을 꼭 잡고 들어간다. 바람이 턱을 괴고 누워 있는 대청마루, 고 옆에 나란히 누워보라는 할머니. 살이 없는 한쪽 베개 내게 내어주시고 다른 한쪽 베개 옆구리에 끼신다. 실눈으로 바라 본 밤 틈 사이로 할머니 얼굴이 비친다. 흘러가는 시간들이 할머니를 접고 있다. 순간, 말을 하면 쓸쓸함이 눈 밖으로 나올까봐 나는 할머니 손맛나는 바람만 야금야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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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저물녘, 쉴새없이 흔드는 까실한 손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가는 길은 할머니 주름살처럼 구불구불 하다. 나는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늦장부리며 주름진 길 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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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여름이 훑고 지나갔다. 꼭 작별인사처럼 느껴졌다. 땅 위의 모든 이에게 눈길주고 가느라 수평으로 저물어 가는 여름. 벌써 저만치 가버린 여름의 뒷모습이 쓸쓸해보였다. 잘가, 나의 짧았던 여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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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를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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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빛 한 줄기 넓적한 창을 타고 들어온다. 아랍인처럼 머리에 수건 하나씩을 두르고 경건한 마음으로 밥상 앞에 앉는다. 잠이 덜 깬 숟가락은 밥 그릇 안에서 졸고 있다. 된장찌개가 코끝으로 냄새를 풀어 놓는다. 냄새부터 먹고 나서, 잘먹겠습니다를 외친다. 오늘 아침도 든든하게 아주머니의 마음을 먹는다. 40여일의 연수기간동안 감성민박은 흰 쌀밥이 담긴 밥그릇 같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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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이어서) 버스 출구 쪽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아아,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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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서늘한 바람이 부는 밤, 홀로 선 느티나무는 줄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꼭 푸른 뱀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가끔씩 멈춰서는 버스의 불빛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네온 사인처럼 잠시 밝아졌다 이내 어두워지곤 했다. 지금 막 불 밝힌 버스 한 대가 정류장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24번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섰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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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리에 짐을 푼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창 밖의 풍경들에게 인사한다.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매일 다른 모습인 녀석들. 아스팔트 사이에 핀 개망초꽃에게 안부를 묻는다. 도시를 벗어나 다목리에 짐을 푼 나를 보는 것 같아서 특별히 정이 가는 녀석이다. 까만 밤 하늘이 내 위로 펼쳐질 때면 별들에게 뭐하냐고 묻는다. 지금 나는 내 마음 바깥에 있던 것들에게 눈길을 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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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내리고 있다. 온 동네가 고기 굽는 냄새에 흠뻑 젖었다. 학생들, 와서 고기 좀 먹어. 북적거리는 노인정 앞의 어르신들은 우릴 향해 손짓하신다. 다리에 깁스를 한 꼬마 지성이는 대뜸 내게 떡 하나를 내민다. 어느새 그들에게 섞여 있는 우리. 그 순간, 우리는 마음의 고향에 와 있었다. 오늘 나는 정을 먹고 배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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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출렁인다. 살굿빛이다. 바다 안에 있던 나. 이제는 바다 밖에 나와 바다를 쓰다듬고 있다. 어머니의 바다는 또 다른 바다를 낳았다. 그 흔적 섬이 되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움푹패인 섬이 휑하다. 어릴 적, 섬을 어루만질 때마다 들리는 잔소리. 얘야, 섬을 만지면 안된다. 어른이 된 바다가 꿀럭이며 말을 한다. 엄마. 바닷물처럼 짜디짠 그리움. 바다는 어머니의 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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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정자에 바람이 턱을 괴고 앉아 있다. 그네가 두 팔을 하늘 향해 휘휘 내저었다. 돌멩이들은 군인처럼 진흙으로 무장하고 행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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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달팽이처럼 기어간다. 순수는 비눗방울처럼 금방 터진다. 추억이 저녁 강물처럼 잔잔히 떨린다. 미련은 잔솔가지처럼 가녀리다. 욕망이 여름 날의 개처럼 할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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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바닷물처럼 짜다. 고향 가는 길은 할머니 주름살처럼 구불구불하다. 나는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바람처럼 나부낀다. 절망이 갈꽃처럼 온 몸으로 운다. 설레임이 안개꽃처럼 흐드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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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강물에 스미다. 침묵이 출렁거리다. 우울이 새벽을 물들이다. 소음이 평온을 할퀴다. 추억이 흐드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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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저물다. 자유가 쓰라리다. 순수를 밟다. 열정이 쓰러지다. 양심이 야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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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이 노르스름하다. 역사가 흐느끼다. 욕망이 살찌다. 화가 욱신거리다. 꿈이 몸부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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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빨랫줄에 매달리다. 후회가 어제를 할짝거리다. 진실이 삐걱거린다. 감성이 세상을 뒤덮다. 마음이 드러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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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①메마른 어항에 사는 금붕어 ②박카스 병에 담긴 고개 숙인 개망초꽃 ③폭풍이 휩쓸고 간 논을 바라보는 농부의 눈 ④땅거미 질 무렵 집을 떨군 달팽이 ⑤모래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개미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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